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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의밤 행사의 재발견(2) 모든 식순은 기부요청 시간을 위한 빌드업└ [MAJOR GIFT CENTER] 2025. 10. 9. 22:07
후원의밤은 아마도 기관에서 연간 진행하는 이벤트 중 가장 크고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행사일 것입니다. 또 기부자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불러 모으기도 쉽지 않으니 행사를 하는 김에 이것 저것 다양한 순서를 넣게 됩니다. 기부요청을 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였지만 어느 순간 기관 홍보, 예우, 감사, 사업소개, 공연, 굿즈판매, 여러 사람의 환영사 등이 뒤섞여 목적이 불분명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후원의밤은 말 그대로 ‘후원을 하는 밤’입니다. 공식 순서에 기부요청 시간이 있다는 것을 초대단계에서부터 소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기부자들이 ‘저 행사는 기부하러 가는 행사다’라는 인식을 하도록 처음부터 행사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후원의밤의 모든 식순은 기부요청 시간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행사의 식순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기부자들이 행사장에 도착해 환대를 받고 가슴에 명찰을 다는 순간부터, 기관이 준비한 선물을 들고 귀가하시는 순간까지 모든 식순이 ‘기부요청’ 시간을 위한 빌드업과 다지기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행사의 모든 식순은(심지어 공연과 식사시간까지도) 기부요청 시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래는 후원의밤 행사 식순의 예시입니다.
리셉션과 환대 > 환영의 인사말씀 > 영상 > 비전과 변화 공유 > 기부자에 대한 감사 세러모니 > 기부자의 목소리로 듣는 비전 스피치 > 비전으로의 초대(기부요청) > 공연 > 선물 증정 > 폐회선언
‘리셉션과 환대’부터 ‘기부자의 목소리로 듣는 비전 스피치’까지는 기부요청을 위한 ‘빌드업’ 순서입니다. 기부자들의 마음도 함께 빌드업되어야 합니다. 공연과 선물증정 시간은 기부하신 분들, 혹은 기부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울림을 받은 분들을 위한 ‘다지기’의 시간입니다.
기부요청 영역에서 신뢰받는 실전형 전문가이자 저술가인 Laura Fredricks는 그녀의 저서 「The Ask」에서 기부를 결정하는 기부자의 내적 상태가 관심, 신뢰, 소속, 결심의 순서로 진행된다고 말했습니다. 평상시 기부자가 경험하는 이 심리적 단계를 2시간 가량의 행사 속에 압축하여 행사 식순을 이 심리적 흐름에 맞춰 전략적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행사의 끝으로 갈수록 기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빌드업
한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볼까요?
행사장에 도착한 기부자는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환대를 받으며 본인의 자리를 안내받습니다. 행사장에서는 기관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기부자들도 기분 좋은 긴장을 합니다. 기관의 리더들이 직접 명찰을 찾아 달아주며 환대한다면 긴장이 풀리면서 감동이 될 것입니다.
영상, 비전보고를 통해 이 기관이 사명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고 책임감이 있는지, 얼마나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이해하며 관심과 신뢰의 단계로 들어가겠지요. 큰 기부를 했거나 중요한 기여를 한 기부자들이 나와서 모든 사람들 앞에서 인정을 받고 기관의 비전에 함께하는 보람에 대해 직접 이야기 해준다면 관객들의 신뢰는 한 층 더 커질 것입니다. 기관의 리더가 기관의 비전을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기부자의 목소리로 선언되는 기관의 비전은 더 강력하게 느껴집니다. 기부자는 이 기관에 본인이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즐겁게 느낄 것입니다.
이 분위기를 몰아 모두가 약정서를 쓸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갑니다. 잠시 생각할 수 있도록 잔잔한 음악을 틀수도 있고 촛불을 켤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후 이어지는 공연은 단지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부자들을 축복하고 하나의 공동체로서 이 자리를 기리는 의미를 담은 공연이어야 할 것입니다. 단지 재미만을 위한 공연은 그 순간에는 즐거울지 모르겠지만 행사의 목적을 달성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기부자들도 재미있었던 공연 자체보다 행사 전체의 흐름에서 일관되게 전달된 메시지를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처럼 모금 행사의 식순은 기부자가 느낄 심리적 단계, 관심-신뢰-소속-확신을 시각적, 공간적으로 연출하는 과정입니다. 이 연출에는 ‘기부요청’ 순간이라는 클라이막스가 존재하고 이 클라이막스를 중심으로 앞뒤 순서가 치밀하게 배치되어야 합니다. 환대의 방법, 선물의 종류, 간식이나 식사 메뉴, 사회자의 멘트 등 세밀한 모든 것들이 이 클라이막스를 위해 설계된다면 더 완벽한 후원의밤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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